안녕하세요. 빤스곰줄입니다.
오늘은 물괴기 야그를 좀 해 볼까해요.
Branzino와 Orata는 짠물에 서식하는 고기들로 다양한 조리법과 특유의 기름기와 담백한 맛이 좋은 어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양식을 통해 생산이 되고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도 낚시로 잡을 수 있습니다. Spigola라는 자연산 Branzino는 크기도 양식에 비해 무척 크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쌉니다 (대략 18-20 유로/kg, 반면 양식 Branzino는 10-15 유로/kg ).
한때는 이런 Spigola 한마리를 구입하면 온가족이 둘러 앉아 저녁식사를 근사하게 코스요리로 즐기곤 했답니다. 예컨대, 고기를 찌거나 끓는 물에 익혀서 큰 살코기는 분리해 2차 본식(2` piatto)으로 따로 준비해 두고, 남은 살코기를 발라내어 리조또(Risotto)를 만들어 1차 전식(1` piatto)으로 먹고 머리와 뼈에 붙은 얼마 남지 않은 살까지 발라내어 파테(Pate`, 고기살과 올리브기름, 소금, 후추, 다진 파슬리등의 양념을 버무려 으갠 양념고기살)를 만들어 빵에 발라서 먹곤 했다고 하는군요. 조리 후 남은 물은 조려서 리조또를 위한 다시 (Brodo di pesce)로 사용한다니 정말 버릴 것이 하나도 없죠. 대단하죠? 옛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정성과 경외심이...^^
저는 가끔 시장 어물전에서 물좋고 착한 가격대의 Branzino나 Orata가 나오면 2-3 kg 정도 사서 손질 후 포를 떠서 냉동보관하고 틈틈이 꺼내어 생선포 구이를 해먹곤 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녀석들은 길이가 대략 25 cm 크기로 마리당 무게는 400-600 g 정도 되는군요. 너무 씨가 작은 녀석들을 사면 가격은 낮지만 포를 떠서 뼈를 발라내고 나면 먹을게 별로 없어서 이 두가지 생선을 구입할 때는 가능한 싱싱하고, 크고 두툼한 녀석들로 고른답니다.
여기서 제가 포를 뜨는 모습을 직접 올려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인터넷에도 워낙 많은 동영상 들이 있는 터에 궂이 세장 포뜨기 (두편의 고기포와 뼈)를 보여드릴 필요성은 없는 듯 합니다.
1. 먼저 비늘 제거기나 칼로 표면을 긁어 비늘을 제거해주시고, 배를 갈라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한 후 등과 아가미 지느러미 바로 뒷부분으로 칼집을 내어 포를 뜹니다.
Orata (오라타)
Branzino (브란지노)
2. 떠진 포를 바로 놓고 집게로 고기포 중앙에 남아있는 가시들을 제거해 주세요. 그리고 물로 헹궈 핏물을 제거하고 키친타올로 물기를 제거해 줍니다.
3. 굵은 소금을 적당량 포 위에 흩뿌려 주신 후 약 1 시간 정도 지나면 소금기가 살코기에 베어 들고 물이 나오는데 다시 키친 타올로 물기를 닦아내고 여분의 소금기를 털어 냅니다.
4. 눌러 붙지 않는 테플론 후레이팬 위에 소량의 기름 (3방울 정도, 원래 고기 자체에 기름이 많이 있어 구워지는 동안에 껍질 부위에서 많은 양의 기름이 생성되어 나옵니다)을 넣고 포의 살코기 부위를 먼저 팬위에 올리고 노르스름할 때까지 중불에서 천천히 익힙니다. 신문지나 기름종이를 덮어 기름이 튀지 않게 해주세요.
5. 살짝 밑을 들추어 봤을때 노르스름 해졌으면 뒤집어서 껍질부위를 익힙니다. 이렇게 구우면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생선 껍질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다른 반찬이 필요치 않습니다. 그냥 하얀 쌀밥에 이 노릇노릇 잘 구워진 생선포 구이만 (Filetto di Branzino e Orata grigliato) 있으면 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 밥 한공기 뚝딱 해치워집니다.
고향 (한국)에서 가져온 맛김을 곁들여 곧잘 먹는 어린 아들녀석들과 집사람을 보노라면 재료준비에 들어가는 시간과 수고스러움은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여기에 가끔 미역국이나 된장국을 끓여 곁들여 먹으면 훨씬 풍성한 식단이 되더군요.
여러분들께서도 오늘 저녁을 이렇게 해 드셔보시는 건 어떨까요.
맛있게 드세요.
Buon Appetito.
- 참고로 포뜨기가 어려우시면 Branzino나 Orata를 야채와 감자를 곁들여 오븐에서 조리해 드셔도 좋습니다. (이 경우엔 Arrosto al forno가 되겠네요). 아니면 칼집을 내고 그릴용 석쇠에 얹어서 구워 드셔도 아주 좋구요.
소금을 뿌려 생긴 물기를 닦아 낸 포들은 오븐용 종이를 잘라서 포들 사이에 끼워서 겹겹이 쌓아 가족수에 따라 한 끼 분량으로 공기를 제거한 지퍼팩이나 진공포장으로 냉동보관 하시면 오랜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조리를 원하실때 하루전날 냉동실에서 꺼내어 냉장실에 두시면 반나절에서 한나절 정도면 해동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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